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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위탁업자 '주택슬레이트처리' 입찰자격 ‘과도 적용’ 논란

(주)송림 2024. 10. 4. 17:49

낙찰 1순위자에 줄세우기, 정부금지 하도급 형성

“현행 민간위탁 수행 원점서 재검토해야” 요구도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위탁자들이 입찰참가 자격을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다. 이 사업에 지난해까지 1조770억원(국비 5382억원, 지방비 5382억원)의 국민세금이 보조금으로 지원됐다.

5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1년 주택 슬레이트처리 지원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다. 이때는 지자체에서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해 사업을 수행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지자체에서 직접 추진하거나 한국환경공단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이후 환경부는 2017년 환경공단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업무지침을 개정해 민간위탁의 길을 열어 줬다.

2019년 환경부는 업무지침(업무 매뉴얼과 통합)을 통해 2017년 업무 매뉴얼의 입찰참가 자격에 대해 ‘지자체는 슬레이트 철거업자의 경우 석면해체·제거업과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모두를 소지한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한 규정에다 ‘다만, 불가피하게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면허가 없는 자를 (공사)업자로 선정하는 경우 계약내용 등에 이중비계 설치 등을 명시하고 작업장의 안전을 위하여 현장 감독 강화’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석면해체제거 작업자가 비계구조물로 가림막이 처진 가옥의 지붕에서 슬레이트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에스앤피 제공

◆환경부, 2개 면허와 1개 면허 모두 입찰참여 허용= 하지만 지자체와 위탁업자들은 사업시행 첫해인 2017년부터 현재까지 입찰참가 자격으로 ‘석면해체제거업과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2개 면허 모두 소지한 업체’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 왔다.

환경부가 석면해제·제거업 면허만 소지해도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게 했는데도, 이와 달리 지자체와 민간위탁업자들은 지금까지 ‘2개 면허 모두 소지한 업체’로만 과도하게 적용해 온 것이다.

이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 위탁한 다른 시군의 입찰참가자격 사례를 참조했다”며 “2개 면허 모두 소지가 과도한 자격요건 강화 사례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평겸 한국석면안전협회 본부장은 “비계구조물해체업자의 입찰참여는 사업시행 첫해인 2011년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이어 ‘1개 면허로 가능한데 2개 면허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자격요건 강화 사례에 해당한다’는 행정안전부의 입장에 대해 “누가 그렇게 말하나,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난다”면서도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논란이 된 비계구조물업= 주택 슬레이트처리의 주요 대상은 대부분 옛날집이다. 환경부가 올해 이 사업에서 가옥당 352만원으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도 경미한 공사로 본 때문이다. 석면해체·제거업 등록면허를 갖추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공사라는 이야기이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비계는 가림막 설치에 이용한다. 작업 중 슬레이트 조각이 현장 밖으로 튀어가는 것을 막고, 흩날리는 석면으로부터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전문업종인 비계구조물업이 공사예정금액 1500만원 미만 공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정한다. 또 건산법에는 석면해체공사에 대한 규정도 없다. 그렇다보니 국토교통부는 2m 이상 고소작업을 할 때 비계가 필요하면 해체제거업자가 스스로 설치하거나, 비계구조물 업자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2개 면허 모두 소지자’로 입찰, 어떤 문제있나 = 입찰은 공사가격을 결정하는 절차이다. 입찰은 경쟁하는 시장경제에서 자본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입찰에서 ‘2개 면허 모두 소지’를 요구하면 공정성이 왜곡되고 자본(이권)을 둘러싼 부정비리를 발생시킬 우려가 커진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지자체와 민간위탁자들이 입찰 자격으로 ‘2개의 면허’를 요구하자, 3726개 석면해체·제거업자는 참여 기회를 박탈당했다. 이는 환경부가 단서로 둔 ‘1개 면허도 가능’하다는 자격을 적용하지 않아서 나타난 결과다.

이로 인해 석면해체·제거업자들이 낙찰 1순위자가 되는 비계구조물업자에게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금지하는 하도급 구조가 기형적으로 만들어지는 꼴이다.

실제로 한 민간위탁업자의 감독관은 이 기형적 하도급 구조에 중간 개입해 슬레이트처리 1㎡당 500원의 뒷돈을 받았다. 또 다른 민간위탁업자는 지난해 5월 1순위 낙찰자들에게 기부금 납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학수 환경안전보건협회 회장은 “이 사업의 주무관청인 환경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했다면 최소한 지자체와 민간위탁자를 둘러싼 이권카르텔이라는 지적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경부는 법령의 미비점을 정비하고, 지금 같은 민간위탁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